1. 결심

애초에 투자로 한 몫 크게 벌어보겠다는 뜻은 없다. 우리는 로또도 안 사고 마트 경품 추첨도 응모 안 해. 해봐도 라면 한 봉지 당첨이 안 되더라… 결국 내가 벌어온 돈만 내 돈이다 요런 마인드란 말.

근데 이동네 주택 시장이 연말부터 미쳤거든요. 미국 버블만큼은 아니지만 옆 주 대도시들은 월급쟁이가 모아서 살 수준을 지나버려서, 이제는 그나마 벌어서 집 살 수 있는 이 동네로 그 돈이 몰린대.

내가 아 이제 주택으로 가야지 생각 할 때가 1년 쯤 전이었는데 그 사이 부동산이 15%는 올랐다네? (이 나이에ㅠㅠ) 부모님도움 플러스 자잘한빚털기 플러스 돈안쓰고존버하기 를 해서 집 살 타이밍이 되니까 집값이 이렇게 올랐습니다. 내가 화가 나 안 나?!
도움을 받은 이유는 뭐 역시 우리한테 돈이 없어서고 (…) 그리고 부모님께 약간의 현찰이 생긴 때문. 이건 또 지난 연말 한국 행에서 비롯된 일인데 그건 다른 얘기고 하여튼 주택으로 가려면 돈이 더 필요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주택은 아니고 쪼끄만 타운하우스라서 역시 가격도 쬐끔 올랐지. 이거 팔고 빚 털고 남은 돈으로는 어디 갈래도 갈 수가 없어. 집 한 채 있는 거 팔아도 다시 그 집만한 걸 사기가 어려운 상태… 이마저도 돈 겨우 닥닥 긁어모아 산 거라 사고 난 다음 한동안은 허덕허덕했는데ㅠㅠ
지난 수 년 간 우리가 그랬단 말야 이사비용과 들이는 시간을 생각하면 동네를 업그레이드 하던지 집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아니면 이사하는 거 크게 의미 없다고. 근데 보니깐 가만히 있는 게 더더욱 제일 아주 매니 의미가 없음 (…)
내가 산 이 작고 소듕한 타운하우스가 아무리 새 거고 컨디션이 좋아도 주택 집값 오르는 거 보니깐 그냥 그런 집이라도 주택이 낫구나. 대출이 나온다는 전제 하에 주택 사서 그 대출 갚는 게 낫것다는 결론.

2. 여튼 그래서 집을 헐레벌떡 알아보고 동시에 대출 신청을 시작함. 집값만 오르느냐 이자도 오른다 이거에요… ;-;
그리고 곧 깨달은 건 우리가 생각해둔 동네는 당연히 남들도 좋아하는 동네고 내 눈에 괜찮은 집은 남들도 좋아한다는 뻔한 진리. 안전하고 시내 가깝고 마트 가깝고 비교적 신도시면 20%도 넘게 올랐다. 예전에는 야 이거 다운타운에서 너무 멀지 않냐?? 싶어 내가 안 간다고 했던 곳들도!! ㅠㅠ

그 놈의 집 찾느라고 애도 없는데 학군 지도까지 챙겨봐야 했어 왜냐 학군이 곧 돈이거든. 한국만 그런 줄 알았죠? 여기도 중산층은 자식 교육 생각합디다 어디는 평판 좋은 사립학교가 있고 거기는 좋은 공립으로 배정 받을 수 있고 쩌기는 과학 특화 영재학교고… 어릴 때는 코 앞에 학교가 있어야 하고 애혼자 학교 다닐 나이가 되면 어디어디 학교가 있는 동네로 가면 좋고.

일단 지금 사는 동네 (곧 전철 들어옴), 지금 동네 북쪽 신도시, 지금 동네에서 서쪽. 크게 세 동네 정도 돌아봤는데 다들 인기 동네라 그런지 대부분의 경우 집 보러 가기 전에 아 벌써 팔렸어요 임. 우리가 딱 인기 많은 동네 인기 많은 사이즈를 보고 있으니깐. 마치 수도권 30평대 신축 아파트 찾는 거랑 비슷한 거지.

3. 비딩…은 못함
여기는 경매하듯 내가 이 집에 얼마까지 쓸 수 있다 가격을 적어서 오퍼를 하는데 어지간한 집은 오퍼가 벌써 다섯 개 열 개가 들어와서 비딩 워 를 하고 있음. 운 좋으면 리스트 된 가격보다 훨씬 더 받을 수도 있고, 시장 따라서는 마구 깎을 수도 있다는 거.

남편이가, 역시 이게 돈보다 체면인 한국인인 게 문제인지 개인의 인간성인지 모르겠는데, 자기는 그렇게 경쟁하듯 막 비딩 붙여서 가격 올리는 집은 들어가기도 싫대. (아니 저기요 애초에 우리는 돈이 없어서 못 들어간다고) 그리고 너 같으면 내 집이 핫한 마켓의 핫한 동네고 이걸 윗돈 주고 사겠다는 사람이 나래비로 줄을 서는데 경쟁 붙여서 젤 가격 높은 걸 고르지 않겠니…? 호옥시 또 나만 뭐 바닥쌍것이라 비싼 물건 사고 팔 때는 가격이 제일 중요하니…? 원래도 이 사람은 매너랄까 양식 같은 걸 좀 따지는 편이긴 하지만 쌩돈이 수 천이 달린 건디??
이 사람이랑 살면서 앞으로도 투기로 큰 돈 벌기는 차암 어렵겠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럴 생각도 없지만 여튼 내 눈 내가 찌르는 거지. 그런 점이 좋은 부분도 있어 적어도 어디 가서 돈 몇 푼 때문에 쪽팔린 짓거리는 안 하고 다니니깐… 사실 뭐 이건 성인이면 안 해야 할 짓이지만…

3. 중개인
집을 보러 다니려고 중개인을 둘 소개 받았는데 한 분은 백인 남자라 남편이 싫대. 남편 남혐 얘기 여기서도 했던 거 같은데 하여튼 이 사람이 남혐 맥스라서 (…) 다른 친구가 소개해준 중국계 여자분이랑 하기로 했다. 일단 여자고 (…) 우리는 아무래도 중국계를 선호하니깐. 전에 썼지만 중국인들 금전감각은 점잖게 체면 따지는 한국인들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그 분이랑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일단 아주머니라서 (ㅇㅇ 편견) 부엌이나 화장실 같이 작지만 잘못 되면 큰 돈 나가는 곳을 다 꼼꼼하게 봐주는 것 같았고.
같은 동양인이다 보니 뭐가 필요한지 중요한지에 대해서 말 안 해도 아는 게 많았다. 혹시 너희 부모님이 풍수 신경 쓰시니 < 이런 질문도 하시고(…) 풍수에 나쁜 현관 문 방향 이 있다던가;?

여기는 계약 시 파는 사람만 양쪽 중개인에게 중개료를 내고, 사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안 낸다. 그리고 구매자 중개인은 대개 구매자에게 선물을 해줘 작게는 상품권 크게는 소형가전 등. 그런데 이 분 덕에 우리가 돈을 아끼게 된 게 고마워서 우리도 선물 하고 이 분은 우리에게 꽃이랑 와인을 준비해 주셨다. 다시 한 번 역시 큰 일은 여자다;!!! 란 걸 느꼈고 다음에도 (집을 살거나 판다면???) 이 분이랑 거래하지 않을까.

4. 가지가지
여튼 우리 남편공주 모시고 집을 보러 다니는데 야 아무리 핫한 마켓이어도 집이 이 꼬라진데 남들 보고 이걸 보러 오라고 하냐?? 하는 집이 몇 채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많았어. 집 사진 보자마자 이건 뭐 동네 성황당이냐 싶은 집은 아예 보러 가질 않음 자기 살림살이 정돈도 안 하는 사람이 목조주택 관리는 제대로 하겠나 싶어서.
그리고 차고나 화장실에서 담배 뻑뻑 피우는 새끼 누구세요… 너의 가장 큰 재산을 고작 담배로 조지고 싶단 말야??? 사람이 집을 온다고 했음 적어도 탈취제나 방향제라도 뿌리라고 내가 내 남편 담배 냄새도 안 맡는데!!

나는… 최근에야 깨달은 건데 나는 아주 깨끗하고 빤뜻하고 쌔거쌔거인 쌔동네가 좀 별루다? 느슨하고 낡고 조용한 동네가 편해. 대전도 부산도 걩냼같은 새동네보다 구도심 돌아다니는 게 좋더라고; 응 아주 시골사람임
지금 동네도 지어진 지 15년 쯤 됐으니 그리 쌔거가 아닌데도 그 신도시 특유의 그 분위기가 아직 있거든. 그게 나는 싫음. 그런데 오래 되고 안정감 있는 동네는 대개 뭐다? 교통이 좋다. 교통이 좋으면 뭐다? 비싸다. 그리고 오래 된 동네는 집들도 아아주우 오래 됐다.
본토에서 전쟁 한 번 안 겪은 이 나라는 1910년 대에 지어진 목조주택에도 사람이 삽니다… 중개인들이야 이런 데가 로케이션이 최고네 이 시절의 건물 자체가 good bone 이네 하지만 선생님들 양심 어디? 구리 파이프에 나무지붕 부엌 한 칸 실화…?
한 7-80년대에 지어졌어야 아 그때는 인건비랑 자재가 싸서 건물도 내실있게 지었다 예쁘진 앉아도 튼튼하긴 하다- 가 되지 사진만 봐도 떡대 좋은 나랑 남편 둘이 들어가서 허리 펴면 집 바닥이 폭삭 내려 앉게 생겼어 이거야말로 노인학대 아니냐고여ㅠㅠ

일단 이렇게 사진이랑 스펙으로 한 번 거르고 난 다음 집 구경을 가고 간 다음에 맘에 드는 집이 있으면 오퍼를 넣기 시작하는데 당연히 우리가 좋아하는 집은 남들도 좋아한다니까? 그래서 두 번 연달아 똑 떨어지고 세 번째 만에 우리 오퍼를 받아준 집이 생겼다 얏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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