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건망증이 걱정. 집에서 한국 말 하다가 단어가 헛나온다. 영어나 숫자는 안 그래; 아니면 뭐 진지하게 얘기하거나 할 때는 신경을 써서 말을 하니 덜한데 티비 보거나 수다 떠는 상황에서 가끔.
우리 집안엔 치매를 앓은 조부모는 안 계셨지만 아빠가 뇌경색 이후로 확실히 말이 헛나오고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속상해 하는데 그 기분을 좀 알겠어. 평생 잘 안 틀리고 살던 걸 갑자기 틀리니까 우울하네… 원래 기억력이 좋았으니까 10%만 떨어져도 더 크게 느껴지는 거라고, 아빠 나이에 그정도 건망증이야 자연스럽다고, 아빠의 속상함을 진지하지 못하게 여겼던 게 미안하려고 해.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살 수가 없으니 가끔 한 번 그러면 종일 신경이 쓰인다. 다들 이제 그럴 나이라고 하니까, 사실 남들은 잘 모를 정도의 실수인 걸, 내가 언제나처럼 과하게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치매라는 병은 진행이 더뎌서 초중기 진행이 2-30년은 걸린다던데,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리하야 혹시 차매 초기?? 아니면 이게 바로 나로코 후유증?? 몇 년씩 간다던 브레인 포그인가!? 했다가 요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지능을 떨어트린다더니!? < 등의 각종 꼴값을 하고있다. 사실 그냥 유튜브 인스타 생각없이 들여다보기나 그만하고 날 좋을 때 산책 하고 웹서핑 대신 책을 더 보면 지금보다는 쫌 똑똑한 인간이 될텐데… 이걸 아는 사람이 이래.
건강 걱정을 제대로 한다면 살이나 빼고 탄수화물 줄이면서 심장 혈관 당뇨 등등부터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게 맞지; 확실한 위협은 모르는 척 하면서 막연하고 가능성 낮은 불안감은 즐기는 1인…


2. 남편이 바쁘면 사이가 좋다.
요즘 남편이 출장이다 뭐다 집에도 못 오고 바빴는데 출장 직전까지 둘 다 팩 하니 토라져서 싸우다가 막상 출장을 가니까 너무 짠한 거여. 쟈가 부모형제 버리고 (안 버림) 조국을 등지고 (안 등짐) 나랑 살겠다고 여기 와서 돈 번다고 고생을 하는데 😢 하면서 마음이 안 좋아지더라고.
나는 부부는 성애적 상대로서의 사랑이 1순위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지만 결국 서로에 대해 안쓰러움과 사랑과 미움 기타등등의 감정이 다 뒤섞인 상태가 부부로서의 끝모습이지 않을까.
사람이 싫은 거나 좋은 거는 시간이 적당히 지나가면 희석 되는데 안쓰러움? 은 오래 남는 거 같아. 우리가 상대방의 상황을 잘 알아야 안쓰럽지 잘 모르면 그냥 그런갑다 하게 되잖아. 그 “잘 알게 되는 과정”이 아름답고 편안한 커플도 있겠지만 대개는 저인간도 나도 밑바닥 닥닥 긁어 드러운 꼴을 다 본 다음에야 드는 게 연민이라. 그 과정이 지난한데 그걸 잊기가 쉽겠나…
여튼 몇 주간 출장 왔다갔다 하며 돌아댕기는 남편 보니깐 짠하더라고. 남편은 남편대로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고.
물론 이러다 수틀리면 또 개같이 싸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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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 차려보니 2월이다 실화냐고. 할로윈 이후로 블로그 방치였네.

작년 할로윈은 아직도 진행형… 정말 시시하고 졸렬한 인간이라 무시했는데 언론과 권력이란 게 무서운 거구나 이렇게 조용하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2. 11월에 당시 회사에서 4년 차 넘어가던 남편이 이직을 했다.
뭣 때문인지 잠시 우리 분위기가 냉랭할 때였는데 (심각한 건 아니어서 기억이 안 남)
한참 통화를 하고 들어온 남편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자마자 혹시 어디서 이직 오퍼가 왔냐고 내가 물어서 남편이 깜짝 놀랐다. 네 제가 Psychic 입니다… 가 아니라 그 무렵 남편이 회사에 오만 정이 떨어져있었고 주변에 이직 러쉬가 있길래. 작년의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연봉 협상 의지도 없는 미치갱이들이라 미련 없이 이직했다. 아직까지는 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고 아마 이런 비슷한 일은 한국 가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3. 남편이 이직하자마자 내가 로나코에 걸렸고 덕분에 12월까지 컨디션이 안 좋았다. 병 없어도 건강하고 기운찬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냄새 못 맡는 건 진짜 끔찍했고 그 뒤로 내가 하는 음식의 간이 세졌다. 여기저기 쑤시고 감각이 둔해지는 게 약간 앞으로 겪을 노화를 미리보기 하는 느낌이었다. 2022년에 흰머리까지 많이 나서 더더욱.

4. 12월 엘에 여행은 예약하고 설레발 치면서 리뷰 엄청 읽고  여행 브이로그 구경하고는 눈 때문에 취소. 10월 말도 11월 말도 12월 말도 눈이 너무 많이 온다… 신나게 눈 치우는 요령만 늘었어.

5. 2023의 첫 달은 만두가 세상을 떠난 달로 기억되겠지. 트위터에도 적었지만… 개는 왜 수명이 짧을까. 별 개쓰레기허접한 인간 나부랭이들은 막 7-80년이나 처살고 있는데.
만두 어릴 때 사진이 내 아이폰 사진첩의 맨 처음 사진이고 또 내 사진첩 지분이 가장 많은 게 만두랑 만두의 인간동생이라 보면 마음이 따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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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일 눈이 2-3센티 온대 하고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까 15센치가 왔다…
아니 시발 근데 진짜ㅠㅠ 나 똥멍청이 맞지 여기서 20년을 살고도 10월 초면 자동으로 겨울 맞을 준비 해야 하는데 정작 집에 눈삽도 제설제도 없고 윈터 타이어로 교체도 안 했어…
토요일 하루종일 멀쩡한 사지로 나가기가 무서워서 자가격리함. 심지어 눈이 여기서 드물게 오는 젖은 눈이라 쓸거나 불어날 수도 없다 보통 여기는 건조해눈이 바람에 홀홀 흩날리거든여 안남미로 지은 밥처럼…
마트에서 가을이라고 호박 보이면 후다닥 방한 준비 해야 한다 잊지말자.

2. 요즘 식물에 맛들이고 있다 아니 먹는 거 말고…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애들 물 주는 거 까먹을까봐 앱도 쓰고 있어.
1층에 큰 화분에 수채화고무나무 (난 그냥 인도 라고 부름 임도고무나무라서;)랑 벤자민. 나는 식물을 모르고 아빠는 물가를 몰라서 눈탱이를 맞아서 비싸게 샀다ㅠㅠ 한 사이즈 작은 애들은 대형 마트에서 더 싸게 파는데 ㅠ 물론 식물원에서 사온 개 상태가 아주 좋고 예쁘지만.
그래서 물타기(?) 하려고 사온 대형마트에서 쪼깐한 수채화고무나무도 하나ㅋ 남들이 보면 아 저게 산세베리아야?? 싶을 쪼마니 산세랑 염좌, 둘 다 작은수채화랑 같은 마트 출신.
우리 집 산세는 진짜 성인 손바닥 만한 애기라 이름처럼 스네이크플랜트로 길어지려면 좀 걸리겠지? 나 그 다 자란 산세베리아 볼 때 웃음벨 눌리는 게영어로 시어머니 혀 라고도 부른대. 오우… 식물 이름 붙이는데 자비 없는 건 한국이나 영미권이나.
염좌는 사실 다육이 인 줄 줄 모르고 통통하니 귀여워서 사옴. 어쩐지 너무 짧뚜와더라.
그리고 가장 최근에 식물원에 가서 사온 zz plant는 전부터 사고 싶었는데 가격도 상태도 좋은 애를 발견해서 충동적으로 사왔다.
지지도 금전수라고 부른대. 세상에 왜 돈나무 라는 이름의 식물이 많아? 염좌도 머니 트리 라는데 (일단 다육이를 나무로 칠 수 있어??) 잎사귀가 동전 같다나. 지지도 금전수라고 부름대. 초록에 잎사귀 동그란 건 다 동전 같은 거여?

여튼 장미 빼고는 대충 아주 관리가 쉽고 물 많이 안 먹우면서 잎사귀가 예쁜 애들만 골랐다. 나중에 여력이 되면 더 사고 싶은 게 파키라 (근데 얘도 머니트리라고 불리움 누가 보면 돈에 환장한 줄 알겠음 아니거든여;) 랑 아레카야자. 지금 우리 집 애들이 전부 잎사귀가 동그란 애들이라 좀 길쭉한 애들로.
남편 최애는 몬스테라임. 그 왜 잎사귀 갈라져서 축 늘어진 애. 여기선 스위스치즈 라고고 부른다는데 고렇게 잘 갈라지려면 해를 충분히 봐야한대. 그래서 그냥 잘 갈라진 애를 사오고 싶은 마음;
어디선가 본 일본향나무 분재도 예쁘더라. 우리 마당 향나무는 병충해에 죽어가는 중이라 아쉬운데 하나 있으면 좋겠지.

+ 그리고 아빠가 사다놓은 티 로즈라고 차 향 나는 특이한 장미가 두 그루 있는데 하나는 거의 죽어가고 하나는 겨우 살아서 그럭저럭이다. 난 장미는 밖에 키우고 싶은데 온도 상 우리 동네는 실내만 가능이고 난 꽃 피우는 애는 별 관심 없지만 장미가 예쁘긴 해서… 역시 꽃은 장미지… 눈 오는 동네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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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남편이 내가 복권에 당첨되는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복권을 사봤다. 꽝이다. 오히려 복권 사느라 돈을 날렸다.
내가 복권 당첨 되면 제일 처음 바꾸는 게 배우자라고 하니까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하냔다. 살던 사람이랑 살아야지 왜 누굴 또 새로 만나냐는데… 당첨 되면 두고볼 일. 안 되니까 모르는 거지.

그래도 당첨 되면 뭐할까 하는 상상은 좋잖아. 액수 따라 다르지만 일단 이사는 못 간다에 동의했다. 이제 겨우 짐 정리 했다고. 책 박스 지난 주에 풀었단 말야.
차도 굳이 새로 하나 더 살…까 말까임. 기름도 비싸고 주차도 힘들고 차고에 자리 만들기도 번거롭고.
결혼 선물이었던 전기 압력밥솥의 내솥이 까져서 얼마 전에 내솥만 새로 샀거든. 복권 당첨 되어도 새 밥솥 못 산대 새로 산 내솥 아까워서… 복권 당첨 되어도 쿠x 밥솥도 못 사고 이사도 못가면 뭐더러 복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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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 아직도 낮에 20도가 넘어. 이번 주가 (연휴임) 스노우 타이어로 바꾸는 시기인데 2주는 더 일반 타이어를 써도 될 것 같다.

친구랑도 그랬다 아직까지도 눈이나 비가 안 오고 날이 청명해서 오히려 무섭다고. 지구 온난화로 없던 가을이 생겼습니다…?

2. 이사 한 지 4.5개월 그리고 아직도 줄지 않는 쇼핑 리스트 근데 할로윈이 온다네? 이승에 별 한도 없게 생긴 서양 귀신보다 캔디 달라고 조르르 몰려 올 동네 애기들이 더 무섭다 에구
전에 살던 동네는 거의 동양인 동네 + 코나로 때문에 안 했지만 여기는 이제 백인 동네라 … 꼬맹이들 때문에라도 뭔가를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집 앞에다가 개별 포장한 사탕봉지라도 놔두고 어디 숨어있을까;?
제발 문 두들기지 마 < 제일 싫어함

2.5 아, 문 두드리는 거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남편이랑 우리끼리 간이 통계를 낸 게 있다. 남편이 가끔 전자담배를 업체에서 퀵으로 배달을 받는데 (돈 써서 빠르게 건강 악화시키기 1등) 그냥 동네 근처에서 콜 받아서 오는 건지 배달인이 완전 랜덤이거든.
근데 꼭 남의 집 현관을 콱콱콱 부서져라 두들기는 건 100% 백인 남자임. 손님 집에 빚 받으러 오는 것도 아니고 뭐야ㅠㅠ 진짜 조용한 동네에서 그러면 너무 놀라 기절할 것 같음ㅠㅠㅠ 벨도 살살 누르고 인사도 잘 하는 건 100% 여자 (인종 불문) 그나마 동양 남자는 문은 안 두드림. 아니 벨이 있는데 왜 문을 두드리냐고 씨발놈들아…
백남들이 세상의 부를 독차지하는 건 그것들 상대하기가 너무나 좆같아서 나머지 인류가 이것들을 피해다니다가 엉겁결에 그런 거 아닐까 싶을 정도야.

3. 그저께 회사 사장 (놀랍게도 나를 예뻐함 군소리 안 하고 열일하는 자식 뻘 동양인이라 그렇겠지만) 마주쳤는데 목금은 쉬냐고 (off냐고) 물어봤음 아니 요즘이 제일 뺑이치는 시기인데 쉬긴 뭘 쉬냐고… 회사에 주3일제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건 아닐테고 재택근무 하는 목금 보고 “쉬는” 날이냐고 한 거.
늙백남 사장들이 재택 근무 제일 싫어한다더니 이 사람 머릿 속에 회사 사무실에 안 있으면 존나 쉬는 거 같나 봄=_= 재택하면 출퇴근 시간 합친 것만큼 일을 더 하거든여… 심지어 이번 금요일엔 너무 바빠서 점심도 20분만에 도망가는 놈마냥 서서 처먹었다고 내 집 부엌에서

4. 다시 쇼핑 얘기를 하자면
나는 워낙 정리를 못 해서 물건 사서 쟁이는 거 싫어한다고 주구장창 말 하고 있지만 ㅠㅠ 아 진짜야 우리 아빠 간 다음에 냉장고 비우느라 여태 2.5주 동안 장도 샐러드 야채랑 과일만 사서 20불 안으로 해결했고;
또 우리 남편공주가 둘이 사는 집에서 뭔 물건 하나를 똑바로 찾지를 못햐… 쟤가 우리집 공주니까 이 몸이 왕자는 되는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내가 무수린가?!?!? 맨날 뭐 찾아주는 것도 지겨운데 ㅠ
어쨌든 정리를 못 하고 물건이 싫어도 집이 커지면 어쩔 수 없이 그 공간에 맞는 가구랑 기본 데코는 필요한 지라… 지금 성인 둘이 사는 집에 3인용 쇼파 세 개 1인용 의자 네 개 실화냐고요 네 실화입니다 근데 아직 지하에는 아무 것도 없어 거기까지 채울 여력이 없어요 ㅎㅎㅎㅎ
이게 집이 옛날 집이라 층마다 거실이 있어서; 1층은 응접실이라 손님 맞는 곳이라고 쇼파랑 의자는 개중 비싼 애들 갖다 놨음 중고로 산 거랑 아빠가 사준 거… 우리가 제 돈 주고는 못 살 가격이니깐
2층은 우리끼리 퍼져있으라고 새로 산 큰 티비랑 … 나머지는 그냥 2케아 쇼룸 같음; 검정 흰색 오크 이런 것 뿐; 그리겨 이사 5개월 만에 책정리를 했지 겨우 전주인이 놓고 간 책장 끄집어 내서.

아 여기서는 이케a가 자취생 가구 아님 신혼 때나 쓰는 가구라는 인식이 있지만 솔직히 우리 신혼 때는 거기 가구도 중고로 샀다. 가구 치고 싼 거지 거저 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잘 쓰고 있고; 싼 거 중고로 사서 이렇게 오래 쓰는 거 보면 고도의 거지는 환경 운동가랑 구분할 수 없다 어쩌구 생각나네…
최근엔 배송도 안 해주는 이케아에서 뭘 사느니 배송은 해주는 웨이페어나 아마존 핫딜 찾아보는 편이다 내 노동력과 기름값도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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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는 천둥 번개나 벼락 같은 사람이다. 벼락 같은 축복 그런 게 아니고 성질이 급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거. 나는 그걸 대충 반쯤 닮은 것 같고 동생은 반도 못 닮았다. 아빠를 못 닮아서 그런지 나는 동생이 깊은 바다에 사는 큰 물고기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얘는 문신도 물고기랑 거북이다. 그러고보니2 얘 태몽도 물고기였다. 그런데 우리 둘 다 수영은 못 한다. 아빠는 배운 적도 없는 수영도 선수급이라고 아빠랑 한 때 사귀었던 여자 분이 그러니까 엄마가 그랬다. 학창 시절 아빠는 높이뛰기 선수였고, 씨름도 했었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은 빌어먹기 딱 좋은 직업이라고 할아버지가 반대해 포기했지만. 여튼 큰 체격과 목소리로 줄곧 친구들 중 대장 노릇을 했고 공부를 안 해도 시험은 일등이고.
작년에 아프기 전까지 세상에서 아빠만큼 대단하고 뭐든 잘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사실 몸이 아픈 지금도 어지간한 게으름뱅이의 다섯 배 쯤은 빠르다. 뇌경색에 수반되는 기억력 감퇴조차 그 나이에 그 정도도 기억력이 안 흐려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싶을 정도라. 아빠가 쓰던 단어가 기억이 안 난다고 한탄하는 옆에서 아픈 곳 없이도 단어를 기억을 못하는 젊은 나와 그 단어의 존재조차 모르는 더 젊은 동생이 머쓱하게 앉아있는 2 주 였다. 남편까지 우리 셋이 무슨 얘기를 해도 그 업계를 알고 있거나 그 업계를 아는 사람을 안다. 아빠가 나이 들고 아파서 약해진 지금도 어떤 면에서는 젊은 시절의 천둥 같던 아빠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다행스럽단 마음이 요즘에야 든다. 어릴 땐 참 싫었는데.

2. 살림도 다 못 채워넣고 정리 안 된 어수선한 집을 둘러본 아빠가 우리를 다소 한심해했다. 아 우리 한창 바쁜 맞벌이 부부라고… 해명을 시도해도 맞벌이 주말 부부로 애를 둘이나 키운 사람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지.
아빠는 우리 집 마당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과실수는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울타리에는 나무를 더 심어야 하며 데크 위 플랜터를 치우고 새로 갈아낸 다음 새로 스테인으로 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빠가 다 해치운다는 얘기다.
우리 집 거실은 두 개 아니 지하까지 세 개인데 가구는 1층 거실에만 쇼파 둘 티비 둘 이라는 이상한 구성을 한 상태였고 아빠는 대체 집을 이렇게 엉망으로 해놓고 어떻게 사냐며, 응접실엔 의자와 식물을 놓고 윗층으로 큰 티비랑 쇼파 하나를 옮겨야겠다고 했다. 이것도 아빠 돈으로 아빠가 하겠다는 얘기다.
2주 동안 하루 꼬박 걸리는 국립 공원 두 군데와 시내 공원 두 군데 방문, 친지와의 저녁식사 두어 번, 여러 쇼핑몰 구경과 틈틈이 외식까지 하면서 이 모든 것을 다 끝내고도 심지어 시간이 남아서 우리 차고 정리까지 아빠가 다 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아빠 맘에 들게 아빠 속도로 일을 할 수 있는 인간은 아빠 뿐이라서 난 그냥 필요하다는 물건이나 찾아줬다. 내 집이니 내가 하게 두라는 말을 안 먹힌다 이미 이사 4달 차에도 여전히 갓 이사온 듯한 꼬라지인 걸 보인 다음엔. 그나마도 집에 없는 게 많아서 사다가 날랐다. 동생은 그 짧은 시간에 여기 존재하는 모든 공구전 체인을 골고루 다 가봤고 집 근처 지점은 그새 길도 외웠다. 나야 그 중 일주일은 출근을 했으니 탈출이 가능했지만 동생은 꼼짝 없이 붙들려 아빠의 일처리에 콩알마냥 달달 볶였음.

퇴근 할 때마다 집이 바뀌는 걸 목격한 남편은 동생 용돈이라도 주라며 딱해하고 동생은 형이 퇴근해도 쉬지 못하고 아빠 일 하는 주변에서 안절부절 하는 걸 보며 안타까워했다. 동생이는 결국 여기서 받은 용돈과 내 카드로 쇼핑을 꽤 쏠쏠하게 (정도가 아니라 백 만원 쯤;) 해갔고 남편은 자기는 한 해가 다 가도 못할 만큼의 일이 끝난 집에 살게 됐고 아빠는 본인 마음 내키는 만큼 넓은 전원주택 가꾸기에 열중할 수 있었으니(…) 결국 우리 모두 윈윈이라고 나 혼자 뻔뻔하게 우겼다.

3. 동생이 아들이라 조부모님들에게 더 대접 받고 귀애받은 것들을 기억하지만 나이 차가 나는데다 내가 손녀 중 가장 예쁨 받은 축이라 딱히 서러울 것은 없었다.
부모님은 아직 전통적인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세상이 바뀌는 것을 알고 있고 그 눈치를 좀 보는 편이고.
언젠가 엄마가 아빠가 너만 너무 예뻐해서 동생에게 눈치가 보여 동생한테 부러 더 잘 해줘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그게 과장이 조금 섞였다고 생각했거든. 그래도 아들, 그것도 세상 귀한 늦둥이 아들인걸.

근데 이번 방문에서 느꼈다… 아빠는 확실히 나를 좀 어려워하고 (나이차를 감안하면 동생이 결혼할 즈음엔 물질적인 지원의 양은 따라잡겠지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내게 훨씬 더 투자를 많이 했고 또 해주고 싶어한다. 내가 워낙 손 쓰고 몸 쓰는 일을 안 해봤으니 안 시키고 싶어하고, 더 정확히는 공부로 먹고 사는 애는 몸 쓰는 일을 시키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가족끼리 무거운 걸 들 일이 있을 때면 으레 느이 누나가 어떻게 저런 걸 하느냐 네가 해야지, 한다. 뭐 체격차가 워낙 크고 동생이 손재주가 있긴 하지만 손재주 없고 우리 집에서 제일 작은 엄마가 힘을 쓸 때는 안 그러니깐.
동생은 우리 집에서 낮에는 아빠가 시키는 일을 하고 저녁엔 상 차리고 설거지를 했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 아빠가 동생이가 꼼꼼히 설거지도 잘 하는데 네가 무슨 설거지까지 굳이 하느냐고 했다.

근데 내가 나중에 동생 집에 가게 되면 과연 나한테 동생이 한 만큼의 집안일을 하거나 사소한 뒤치닥거리를 시킬까…? 내가 한다고 나서면 모를까 절대 아닐 거 같아. 그러니까 동생이 힘들다면 내가 같이 사업을 하거나 돈을 보태 줄 궁리를 하는 건 상상이 되는데 내가 누나라고 얘 집에 가서 자잘한 살림을 도와준다던가 하는 거는 상상이 안 돼.
보통 여자 형제랑은 반대로 내가 가진 게 일종의 가상장남의 지위인 듯 하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남편이도 마침 얌전한 며느리 상에 (…??) 부합하는 사람이네.

+ 동생은 지 입으로 내가 원래 엄마아빠 말을 잘 듣는다고, 가끔 짜증은 내도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잘 한다고 한다. 나같으면 아빠 닥달에 언성 높히는 불효 한 번 저지를 텐데. 실제로 20대엔 저지르기도 했고.
엄마 아빠는 내노라 하는 쌈닭이고 나도 일단은 화를 잘을 안 내지만 한 번 발동 걸리면 숨기지를 못 하는 편인데 어떻게 동생같은 돌고래 같은 대형순둥귀요미가 태어난걸까? 우리 집 최고의 인성 아웃풋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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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요일에 듬성듬성 땜통 부분에 잔디 씨를 뿌렸다. 잔디가 사치재라는 것 알고 있었나요 아오 땅에다 돈 뿌리는 기분. 요즘 과일이나 채소 씻은 마지막 물은 마당에 뿌리고는 있지만 택두 없어 ㅠ
마당에 해가 잘 들어서 해가 쨍쨍한 날엔 물을 오래 넉넉히 줘야 하고 그럴 땐 잔디를 짧게 깎으면 안되는데… 내가 처음에 잔디을 짧게 깎는 바람에 아직 가을도 아닌데 애들이 누래졌다… ㅠㅠ 누래진 곳에도 잔디씨를 새로 뿌렸음

다음 달에 2주 가량 오는 아빠한테 텃밭과 나무 관리 들을 맡길 예정인데 남편은 아버님한테 그런 거 시키지 말래. 야 장인어른이 하시는 게 정 맘에 걸리면 네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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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탬니 생일.
그리고 어제는 남편 생일.
…순서가 중요한 건 아니니깐여.

이런 날들은 대개 설렁설렁 챙기는 사람들인데 만난 세월이 세월인지라 기념일이 이미 많다. 생일, 연애 시작한 날, 혼인 신고한 날 그리고 결혼 기념일. 발렌타인스랑 크리스마스는 저 기념일이랑 같이 대애충 묻어간다.

뭐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내 생일에 남편 먹고픈 걸 먹고 남편 생일 메뉴는 내가 고르고는 함 그래서 몇 년을 벼르다… 는 너무 과장이고 몇 번 시도하려다 못한 레스토랑에 갔지. 일본식 파스타집.

생일자인 남편이 에피만 먹고는 아 양에 비해 비싼데? 하더니 카레돈까스까르보나라 (그렇다 이태리식당인데 일본식이다) 메인을 먹어보고는 이 동네에서 먹어본 돈까스 중 제일 맛있다고 했다.
한 입 얻어 먹어보니 돼지고기가 아주 살살 녹아. 까르보나라도 수란을 톡 띄워주는데 간이 딱 고소짭짤 맛있다. 아 역시 찾아온 보람이 있어.
나는 랍스터랑 연어가 실하게 들어간 해물 파스타였는데 나쁘지 않았다만 역시 이동네에서 여름에 해물은 아니라는 생각도 살짝.

이번 생일은 케이크도 없었네… 이쪽으로 이사하고 나니까 동선 안에 맘에 드는 베이커리가 없음 ㅠㅠㅠ 내가 차리지 않으면 안 생길 듯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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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왜 추울까?? 아니 맘씨가 영 쌀쌀맞다 이런 게 아니고 20도 중반 날씨에 선풍기 바람 쐬니까 추워 죽것어ㅠ 아직도 회사에 출근하면 히터 켜고 긴팔에 야상 걸침;
남편이 잘 때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hot sleeper 이라서 그런가 원래 쓰던 침대는 너무 푹신하고 더웠고 지금 침대가 시원해서 좀 살겠다는데… 나는 잘 때 더위란 걸 진짜 모르겠거든.
그래서 요즘 남편은 이불 안 덮고 나는 남편 것까지 극세사 두 개 면이불 하나 덮고 옆에서 열 팡팡 내는 사람이랑 잔다. 한국 여름 삼복 더위 빼고 시골의 그 실크 꽃무늬 덧댄 두툼한 솜이불 덮고 싶은 사람 나야 나 나야 나.
그래서 절충안은 얇은 이불을 네 장 쯤 침대에 널부러트리고 필요한만큼 덮는 것- 한여름 전까지 난 두세 장씩 끌어다 덮고 남편은 거의 안 덮는다. 부부 간의 수면 습관이 중요한 궁합이라던데 우리처럼 둘 다 잠들면 암것도 모르는 잠돼지인 건 궁합이 좋은 거겠…지

2. 이사오면 강아지를 키우자 아니다 고양이다 그렇지만 키우게 된 건 빚 뿐
사실 동물은 내가 재택 하는 날이 줄어서 돌보기 어렵고… 그리고 오빠네가 없을 때 집으로 만두를 데려와 돌볼 예정인데 만두는 외동이라 그런지 뭔지 여튼 그리 사회적인 댕댕이가 아님. 고령의 만두가 다른 동물이랑 같이 있다가 스트레스 받는 걸 보느니…
대신 마당 가득한 식물을 돌보는 재미를 키우기로 했다. 잔디 깎고 잡초 뽑고 잡초 약도 치고 비료 주고 전디 살충제 뿌리고 물주고 가끔 가지치기도 해줘야 하고… 사실 이것만으로도 일주일의 이틀 저녁 정도는 할애해야 함.
마당 식물들을 세어 보니까 종류가 정말 많다. 나무는 소나무 사시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 벚나무 자두나무 사과나무가 있고 그 밖에 아직 잘 모르는 뿌리만 남은 애들 두어 그루. 관목/꽃은 델피늄 원추리 스피카타꼬리풀 팬지 범의귀 백합 패랭이 휴케라 월계화 적작약 모란 나무수국 초롱꽃 금낭화… 등이 꽃이 피었거나 필 예정이라 정체가 확실히 밝혀졌고 돌나물(?) 하우스릭 억새풀 같이 꽃이 아직 안 핀 애들과 또 나머지 아직 모르는 애들. 요것만 잘 유지해도 어디냐 싶어.

잔디밭 유지하는 일이 보통 호사스러운 게 아니다. 노동력이야 내 팔다리니까 빼더라도 매 주 꼭꼭 물 줘야 함. 5-6월에 비가 많이 와서 물값은 아꼈는데 7월 되니까 매 주 물 콸콸이다. 나도 물 아낀다고 샤워 짧게 하는데, 맨 땅에 물을 이렇게 쓴다니… ㅠㅠ
거기다가 잡초 죽인다고 화학 약품 뿌려야 함. 클로버 민들레 엉겅퀴 좀 살면 어때 싶지만 이 동네 눈치가 쫌 그래. 친구 시어머니는 그 민들레를 다 뽑아다 드신다는데 난 그만큼 부지런하지가 않아서 그럴 수가 없네.
게다가 잔디 죽이는 벌레 쫓는다고 살충제 뿌리지. 근데 원래 풀밭의 소유권은 벌레한테 있는 거 아님? 인간은 얹혀가는 주제에… 라는 생각에 뿌리면서 쫌 괴로웠다.
거기다가 꽃 필 시즌에는 얘들 전부 비료 줘야지. 에휴… 자원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네.

1. 동네 카우보이 축제가 시작
케빈 코스t너가 이번 축제 보안관 (대표? 상징인물 이런 거?) 으로 온다고 하니까 D가 잘 어울린다는 거야

역시 백인 남성성의 흉내랄까…?
아니 그게 아니고 축제도 코슷흐머도 영 한 물 간 게 비슷해서

그래도 코론아 이후 첫 축제라 사람은 버글버글하였다. 축제에 어울리는 카우보이 복장도 많지만 날이 더우니까 그르케들 벗고 다녀. 유교맨이라 싫지만 그럴 시즌이 얼마 안되니.

2. 그 축제 열리는 곳 근처에 우리 결혼 1년 차 시절 신혼집 이 있었고 둘 다 구경 가자며 꽤 들떴는데… 축제 중에 칼부림 나서 바로 근처에 경찰 출동 하구 난리였다 차로 한 블록을 다 막더라고 이야 무서웠어.
축제는 그 다음 해에 보러 감.

3. 맘모스빵
한인마트 갔다가 베이커리에 맘모스빵 있다는 디 말에 헐레벌떡 갔는데

보통 빵의 1.5 배 크기였다. 내가 작명을 한다면 아기코끼리빵 정도로 짓겠어ㅠㅠ 맘모스가 뭔지 몰라요? 저 쟁반 반만 해도 아쉬울 판에 ㅠㅠ 이게뭐야

4. 요즘 기억력이 나빠져
자꾸 뭐 하려고 그랬지? 하고 까먹는다가끔 그러던 게 요즘은 더 잦아짐. 특히 반찬 여러 개 하면 지꾸 그래. 오메가삼 다시 먹어야할 듯(… 상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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