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건망증이 걱정. 집에서 한국 말 하다가 단어가 헛나온다. 영어나 숫자는 안 그래; 아니면 뭐 진지하게 얘기하거나 할 때는 신경을 써서 말을 하니 덜한데 티비 보거나 수다 떠는 상황에서 가끔.
우리 집안엔 치매를 앓은 조부모는 안 계셨지만 아빠가 뇌경색 이후로 확실히 말이 헛나오고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속상해 하는데 그 기분을 좀 알겠어. 평생 잘 안 틀리고 살던 걸 갑자기 틀리니까 우울하네… 원래 기억력이 좋았으니까 10%만 떨어져도 더 크게 느껴지는 거라고, 아빠 나이에 그정도 건망증이야 자연스럽다고, 아빠의 속상함을 진지하지 못하게 여겼던 게 미안하려고 해.
사람이 말을 안 하고 살 수가 없으니 가끔 한 번 그러면 종일 신경이 쓰인다. 다들 이제 그럴 나이라고 하니까, 사실 남들은 잘 모를 정도의 실수인 걸, 내가 언제나처럼 과하게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치매라는 병은 진행이 더뎌서 초중기 진행이 2-30년은 걸린다던데, 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고.
그리하야 혹시 차매 초기?? 아니면 이게 바로 나로코 후유증?? 몇 년씩 간다던 브레인 포그인가!? 했다가 요즘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스트레스가 지능을 떨어트린다더니!? < 등의 각종 꼴값을 하고있다. 사실 그냥 유튜브 인스타 생각없이 들여다보기나 그만하고 날 좋을 때 산책 하고 웹서핑 대신 책을 더 보면 지금보다는 쫌 똑똑한 인간이 될텐데… 이걸 아는 사람이 이래.
건강 걱정을 제대로 한다면 살이나 빼고 탄수화물 줄이면서 심장 혈관 당뇨 등등부터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게 맞지; 확실한 위협은 모르는 척 하면서 막연하고 가능성 낮은 불안감은 즐기는 1인…


2. 남편이 바쁘면 사이가 좋다.
요즘 남편이 출장이다 뭐다 집에도 못 오고 바빴는데 출장 직전까지 둘 다 팩 하니 토라져서 싸우다가 막상 출장을 가니까 너무 짠한 거여. 쟈가 부모형제 버리고 (안 버림) 조국을 등지고 (안 등짐) 나랑 살겠다고 여기 와서 돈 번다고 고생을 하는데 😢 하면서 마음이 안 좋아지더라고.
나는 부부는 성애적 상대로서의 사랑이 1순위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지만 결국 서로에 대해 안쓰러움과 사랑과 미움 기타등등의 감정이 다 뒤섞인 상태가 부부로서의 끝모습이지 않을까.
사람이 싫은 거나 좋은 거는 시간이 적당히 지나가면 희석 되는데 안쓰러움? 은 오래 남는 거 같아. 우리가 상대방의 상황을 잘 알아야 안쓰럽지 잘 모르면 그냥 그런갑다 하게 되잖아. 그 “잘 알게 되는 과정”이 아름답고 편안한 커플도 있겠지만 대개는 저인간도 나도 밑바닥 닥닥 긁어 드러운 꼴을 다 본 다음에야 드는 게 연민이라. 그 과정이 지난한데 그걸 잊기가 쉽겠나…
여튼 몇 주간 출장 왔다갔다 하며 돌아댕기는 남편 보니깐 짠하더라고. 남편은 남편대로 혼자 있는 내가 걱정되고.
물론 이러다 수틀리면 또 개같이 싸우겠지만

'오늘'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22일 2022년  (1) 2022.10.29
10월 18일 2022년  (0) 2022.10.23
10월 8일 2022년  (1) 2022.10.11
8월 26일 2022년  (0) 2022.09.24
7월 10일 2022년  (0) 2022.07.10

+ Recent posts